호주에서 맥주를 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맥주 한 잔 주세요"로는 부족하다. 시드니에서는 스쿠너(schooner), 멜버른에서는 팟(pot), 퍼스에서는 미디(middy)를 시켜야 한다. 같은 425ml 잔이 주(州) 경계를 넘으면 이름이 바뀌고, 애들레이드에서는 그 이름이 아예 다른 크기를 가리킨다.

이것은 단순한 사투리가 아니다. 호주의 맥주잔 이름에는 100년에 걸친 주류법, 미터법 전환, 그리고 주마다 독립적으로 굴러온 술집 문화의 역사가 압축돼 있다.

부피는 같고, 이름만 다르다

호주 맥주잔의 핵심 규칙은 단순하다. 부피(ml)는 전국이 거의 동일한데, 그 부피를 부르는 이름이 주마다 다르다.

285ml 잔을 빅토리아·퀸즐랜드·태즈메이니아에서는 팟(pot), 뉴사우스웨일스·ACT·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미디(middy) 라 부른다. 같은 잔, 다른 이름이다. 425ml는 거의 전국에서 스쿠너(schooner) 로 통일돼 있어, 오늘날 호주의 사실상 표준 한 잔이 됐다.

맥주가 가득 찬 파인트 글라스

같은 황금빛 라거라도, 호주에서는 잔의 "이름"이 어느 주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피는 같아도 부르는 말이 다르다 — Wikimedia Commons

부피대표 이름비고
140ml포니(pony)가장 작은 잔. 지금은 거의 사라짐
285ml팟(VIC·QLD·TAS) / 미디(NSW·ACT·WA)하프 파인트에 해당
425ml스쿠너(schooner)호주의 사실상 표준
570ml파인트(pint)임페리얼 파인트(568ml) 기준
1140ml저그(jug)나눠 따르는 피처

왜 이렇게 됐나 — '6시의 폭음'과 주별 주류법

펍에서 탭으로 맥주를 따르는 모습

오후 6시 폐점에 맞춰 짧은 시간에 술을 빠르게 내보내야 했던 펍 문화가, 호주 특유의 잔 체계와 음주 습관을 굳혔다 — Photo: Vinícius Caricatte / Pexels

혼란의 뿌리는 두 가지다. 첫째, 호주는 1901년 연방 결성 이후에도 주류 면허와 영업 규제를 각 주가 독립적으로 관할했다. 잔의 표준도, 부르는 이름도 주 단위로 따로 굳었다.

둘째, '6시의 폭음(six o'clock swill)' 이라 불리는 기현상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절주 운동과 전시 통제로, 1916년경부터 여러 주의 펍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했다. 퇴근 후 한두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마시려는 사람들이 바에 몰렸고, 바텐더는 빠르게 따라 빠르게 내보내야 했다.

이 규제는 뉴사우스웨일스에서 1955년, 빅토리아에서 1966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에서 1967년까지 이어졌다. 거의 반세기 동안 "빨리, 효율적으로"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그것이 잔 크기와 따르는 방식, 그리고 잔을 부르는 말에까지 흔적을 남겼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라는 변칙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고, 호주에서 그 예외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다. 다른 주가 거의 통일한 이름 체계를 SA는 혼자 비튼다.

  • 다른 주에서 미디·팟(285ml) 이라 부르는 잔을, SA는 스쿠너(schooner) 라 부른다.
  • 다른 주에서 스쿠너(425ml) 라 부르는 잔을, SA는 파인트(pint) 라 부른다.
  • 다른 주에서 파인트(570ml) 인 잔은, SA에서 임페리얼 파인트(imperial pint) 다.

즉 애들레이드의 바에서 "스쿠너"를 시키면, 시드니에서 받던 것보다 한 단계 작은 잔이 나온다. 여행자가 가장 많이 당황하는 지점이다.

맥주 한 잔 클로즈업

같은 한 잔이라도 주 경계를 넘으면 이름이 한 칸씩 밀린다. SA의 '스쿠너'는 다른 주의 '미디'와 같은 285ml다 — Photo: Engin Akyurt / Pexels

미터법이 바꾼 것

1970년대 초·중반 호주는 제국 단위에서 미터법으로 전환했다. 맥주잔도 온스에서 ml로 다시 표기됐다. 10온스는 약 285ml, 15온스는 약 425ml, 20온스(임페리얼 파인트)는 약 570ml로 환산돼 굳었다. 영국 파인트(568ml)와 사실상 같은 570ml가 호주 파인트의 기준이 된 배경이다.

이 전환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포니(140ml) 였다. 한때 흔하던 작은 잔은 더 큰 잔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려 거의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일부 빅토리아 펍에서 "딱 한 모금"용으로 드물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날 — 스쿠너의 시대, 그리고 크래프트의 반작용

현재 호주에서 가장 보편적인 한 잔은 스쿠너(425ml) 다. 파인트는 크고 미디·팟은 작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425ml는 적당한 절충이다. 뉴사우스웨일스 등에서는 스쿠너가 사실상 기본 주문이 됐다.

흥미로운 반작용도 있다. 도수와 개성이 강한 크래프트 맥주가 퍼지면서,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여러 종류를 조금씩 맛보려는 수요가 생겼다. 그 결과 팟·미디 같은 285ml 잔이, 또 그 중간인 '슈미디(schmiddy)' 같은 변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잔의 크기는 결국 그 시대의 마시는 방식을 따라간다.

정리

호주의 맥주잔은 세계에서 가장 헷갈리는 주문 체계를 가졌지만, 그 혼란은 우연이 아니다. 연방제 아래 주별로 굴러온 규제, 전시 절주가 낳은 폭음 문화, 미터법 전환이 각각 잔의 이름에 흔적을 남겼다.

호주에서 맥주를 시킬 때 규칙은 하나다. 내가 지금 어느 주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라. 시드니의 스쿠너와 애들레이드의 스쿠너는 같은 단어, 다른 잔이다.


Image Sources

Draft beer poured in a pub — Darlene Alderson / Pexels (Free License) · Full pint glass — Wikimedia Commons · Pouring from the tap — Vinícius Caricatte / Pexels (Free License) · Glass of beer close-up — Engin Akyurt / Pexels (Free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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