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이야기.
소주잔부터 사케잔, 보드카 샷 글라스, 맥주잔까지 — 잔 한 점에 담긴 음주 문화의 역사를 짧고 재미있게 씁니다.
전체 글.
작(爵) — 끝까지 들이켜면 기둥이 눈을 찌른다는 청동 술잔
주둥이 위에 기둥 두 개가 솟은 중국 고대 청동 술잔, 작(爵). 고개를 젖혀 끝까지 마시려 하면 기둥이 얼굴에 걸려 과음을 막는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언제 생긴 걸까. 바닥의 그을음, 송나라 학자들이 붙인 이름, 그리고 술잔이 벼슬 이름이 되기까지.
쿤카 — 갈리시아 사람들이 레드 와인을 사발에 마시는 이유
스페인 북서쪽 갈리시아의 선술집에서 레드 와인을 시키면 잔 대신 손잡이 없는 하얀 사발이 나온다. 125밀리리터쯤 들어가는 쿤카다. 흰 바닥 위에서 보랏빛이 도는 도수 낮은 햇와인, 쿤카를 쓰게 된 이유로 전해지는 몇 가지 설명, 가난한 집과 부잣집의 쿤카가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국경 너머 포르투갈의 말가까지.
리쿠르구스 컵 — 불을 켜면 붉어지는 1,600년 전 로마의 잔
앞에서 비추면 탁한 옥빛, 뒤에서 비추면 루비처럼 붉다. 대영박물관의 4세기 로마 유리잔 리쿠르구스 컵은 1990년에야 비밀이 풀렸다. 유리 속에 흩어진 70나노미터짜리 금·은 합금 알갱이. 로마 장인들은 그걸 알고 만들었을까, 두께 1.5센티미터 유리 덩어리를 어떻게 깎아 냈을까, 그리고 이 잔이 왜 21세기 센서 연구실에 다시 불려 나왔을까.
샴페인 쿠프 —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90년 먼저 있었던 잔
왕비의 가슴을 본떠 만들었다는 넓적한 샴페인 잔. 그런데 쿠프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태어나기 90년 전부터 있었다. 전설이 어디서 왔는지, 실제로 가슴 모양으로 만들어진 그릇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쿠프가 플루트에 밀려난 진짜 이유와 요즘 플루트마저 의심받는 이유까지.
네이비 럼과 그로그 — 배 위에서 배급되던 한 잔
영국 해군은 300년 가까이 매일 정해진 양의 럼을 배급했다. 물을 타라는 1740년의 명령에서 그로그라는 말이 나왔고, 71밀리리터짜리 계량컵 하나가 배 위의 화폐 노릇을 했다. 1970년 7월 31일, 마지막 한 잔이 나오던 날까지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