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고향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술잔은, 뜻밖에도 '잔'이 아니다. 굽도 다리도 없이 납작한 사발 양옆에 작은 손잡이 두 개가 달린 그릇 — **쿼익(quaich)**이다. 한 사람이 향을 음미하기 위해 입을 좁힌 글렌케언과 달리, 쿼익은 처음부터 '둘 이상'을 위한 잔이었다. 건네고, 나눠 마시고, 다시 건네는 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 잔을 **'우정의 잔(cup of friendship)'**이라 부른다.

쿠아흐에서 쿼익으로

쿼익이라는 이름은 게일어 쿠아흐(cuach) — '잔'을 뜻하는 말에서 왔다. 발음은 목 안쪽에서 긁히는 후두음이 섞인 [크웨이흐]에 가깝다. 모양은 단순하다. 깊지 않은 둥근 사발에, 양옆으로 납작한 귀 같은 손잡이가 달렸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 손잡이를 **러그(lug, '귀')**라고 부른다. 손잡이는 보통 둘이지만, 셋이나 넷인 것도 드물게 있다. 하이랜드에서 태어난 이 그릇은 17세기 후반이 되면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같은 저지대 도시에서도 널리 쓰였다.

두 손의 약속 — 신뢰의 잔

쿼익의 핵심은 손잡이가 '양쪽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흔히 전해지는 설명은 이렇다 — 잔을 두 손으로 받쳐 건네고 두 손으로 받으면, 양손이 모두 드러나 소매 안에 무기를 숨길 수 없다. 또 주인이 손님보다 먼저 한 모금 마셔 보임으로써 술에 독이 없음을 증명한다. 양쪽 손잡이는 곧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역사 그대로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쿼익이 오래도록 환대와 평화, 우정의 상징으로 쓰여 온 것만은 분명하다. 잔을 부딪혀 서로의 술을 섞음으로써 독이 없음을 보였다는 건배의 기원과도 닿아 있는, '신뢰를 형태로 만든' 술그릇이다.

양쪽에 납작한 손잡이가 달린 전통 스코틀랜드 쿼익

쿼익은 '위스키를 담는 전통 스코틀랜드 잔'으로 불린다. 굽 없는 납작한 사발에 양쪽 손잡이(러그)가 달려, 두 손으로 건네고 두 손으로 받는다 (사진: Apie, CC BY-SA 3.0)

나무에서 은으로 — 재료의 역사

1700년 무렵의 백랍 쿼익,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납작한 사발

1700년 무렵의 백랍 쿼익. 나무에서 시작한 쿼익은 백랍과 은으로 옮겨가며, 일상의 그릇에서 의례·기념의 물건으로 변해 갔다 (사진: Auckland Museum, CC BY 4.0)

가장 오래된 쿼익은 나무로 만들었다. 통(배럴)처럼 가느다란 널을 세로로 이어 붙이거나(스테이브 구조), 통나무 한 덩이를 선반에 걸어 깎아냈다. 바닥에 작은 은판이나 유리를 끼워 넣은 것도 있었다. 이후 더 단단하고 화려한 **백랍(pewter)**과 **은(silver)**으로 옮겨 갔는데, 흥미롭게도 은 쿼익에는 나무 쿼익의 통널과 테를 흉내 낸 가는 선과 띠를 새겨 넣곤 했다. 재료는 바뀌었지만, '여럿이 나눠 마시는 사발'이라는 원형은 그대로 새기고 싶었던 것이다.

모레이산 오크를 깎아 만들고 은으로 상감한 현대의 나무 쿼익
모레이산 오크를 선반에 걸어 깎고 은으로 상감한 나무 쿼익(지름 125mm). 가장 오래된 쿼익이 그랬듯, 오늘날에도 장인들은 여전히 나무로 쿼익을 깎는다 (사진: Stewart McCarroll, CC BY 3.0)

결혼식과 환영, 그리고 작별

오늘날 쿼익이 가장 빛나는 자리는 결혼식이다. 스코틀랜드식 혼례에서 신랑과 신부는 혼인 서약을 마친 뒤, 쿼익에 위스키(또는 물·와인)를 담아 함께 나눠 마신다. 두 손잡이를 각자 한쪽씩 쥐는 이 순간은 두 사람과 두 집안이 하나로 묶이는 상징이다.

결혼만이 아니다. 귀한 손님을 맞을 때, 길 떠나는 이에게 건네는 작별의 한 잔(deoch an doris, '문간의 한 잔')에서, 세례와 번스 나이트(시인 로버트 번스를 기리는 만찬)에서도 쿼익이 돈다. 한 잔을 여럿이 돌려 마신다는 점에서, 쿼익은 술잔이라기보다 의식의 도구에 가깝다.

위스키의 기사 작위 — 키퍼스 오브 더 쿼익

20세기 들어 쿼익은 스카치 위스키 산업 전체의 상징이 됐다. 1988년, 주요 스카치 위스키 회사들이 모여 **'키퍼스 오브 더 쿼익(Keepers of the Quaich, 쿼익의 수호자들)'**이라는 단체를 세웠다. 스카치 위스키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사람을 기리는 초청제 명예 단체로, 흔히 **'위스키계의 기사 작위'**로 불린다.

본부는 퍼스셔의 블레어 캐슬이며, 한 해 두 차례 이곳에서 입회 만찬이 열린다. 최소 7년 이상 스카치 위스키를 위해 헌신하고 기존 회원의 추천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모인 회원이 수천 명에 이른다. 이 단체의 상징이 다름 아닌 두 손잡이 쿼익이라는 사실은, 이 잔이 스코틀랜드 환대 정신의 결정체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기념·시상용으로 만들어진 쿼익 트로피

기념·시상용으로 만들어진 쿼익. 오늘날 쿼익은 마시는 그릇을 넘어, 공로와 우정을 기리는 트로피이자 상징물로 쓰인다 (사진: Lajmmoore, CC BY-SA 4.0)

감상의 잔, 나눔의 잔

위스키 글라스 (글렌케언 등)스코틀랜드 쿼익
출발한 질문어떻게 마실 것인가누구와 마실 것인가
손잡이없음양쪽에 둘 (러그)
드는 법한 손, 혼자두 손, 함께
담긴 정신향의 음미와 집중환대·신뢰·우정
단풍나무와 은으로 깎아 만든 현대의 쿼익
단풍나무와 은으로 깎은 현대의 쿼익. 재료와 쓰임은 변했어도, '두 손으로 건넨다'는 원리만은 4세기 넘게 그대로다 (사진: Robin-wood, CC BY-SA 3.0)

대부분의 술잔은 **'어떻게 마실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향을 모으려 입을 좁히고, 온도를 지키려 다리를 달고, 거품을 살리려 길게 뽑았다. 쿼익은 다른 질문에서 출발했다 — '누구와 마실 것인가'. 굽도 다리도 없는 납작한 사발에 굳이 손잡이를 양쪽으로 단 그 형태 자체가 메시지다. 혼자 들기 위한 잔이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에게 두 손으로 건네기 위한 잔. 위스키를 가장 우아하게 음미하는 법을 스코틀랜드가 글렌케언으로 보여 주었다면, 위스키를 가장 따뜻하게 나누는 법은 이 오래된 사발 하나에 담겨 있다.

Image Sources

쿼익(위스키 잔) — Apie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 백랍 쿼익(c.1700) — Auckland Museum / Wikimedia Commons (CC BY 4.0) · 오크 쿼익 — Stewart McCarroll / Wikimedia Commons (CC BY 3.0) · 기념 쿼익 — Lajmmoore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단풍나무 쿼익 — Robin-wood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조회 좋아요
Comments

댓글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