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위스키를 마셨을 때를 기억하는가.

아마 좋은 기억이 아닐 것이다. 목이 탔다. 코를 먼저 자극하는 알코올 냄새. 한 모금 넘기고 나서 '이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위스키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그 결론, 아직 유효한가.

나는 그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그날 당신이 판단한 건 위스키가 아니었다. 상황이었다. 잔이었다. 마시는 방식이었다. 위스키는 그 자리에서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코가 먼저 당한다

위스키 안에는 수백 가지 향 화합물이 있다. 오크, 바닐라, 말린 과일, 꿀, 스파이스. 어떤 것들은 꽃 냄새가 나고, 어떤 것들은 바다나 훈연 향이 난다. 이 향들이 잔 안에서 천천히 올라온다.

문제는 에탄올도 함께 올라온다는 것이다.

에탄올의 끓는점은 78도다. 물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실온에서도 쉽게 증발하고, 다른 향 화합물보다 빠르게, 더 많이 기화한다. 코를 잔에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 특히 락 글라스나 텀블러처럼 개구부가 넓은 잔이라면 — 에탄올 증기가 향 화합물보다 먼저 코 점막에 도달한다. 점막이 자극된다. 그리고 그 자극이 채 가시기도 전에 뒤따라오는 향들이 올라오지만, 코는 이미 닫혀 있다.

처음 위스키에서 느낀 '타는 냄새'는 사실 위스키의 향이 아니었다. 에탄올 증기였다.

위스키 잔에서 거리를 두고 향을 여는 모습
코를 잔에 바로 들이미는 것과 잔 위에서 천천히 향을 열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에탄올 증기는 잔 아래쪽에 집중되고, 향 화합물은 위로 퍼진다

잔이 경험을 만든다

바에서 위스키를 처음 마신다고 하자. 바텐더가 락 글라스에 따라준다. 넓고 납작한 잔. 얼음 하나.

이 잔은 향을 모으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개구부가 넓어서 향이 사방으로 퍼진다. 에탄올도 같이 퍼지긴 하지만, 위스키 특유의 섬세한 향들도 함께 날아간다.

글렌케언처럼 위스키를 위해 만들어진 잔은 다르다. 넓은 보울이 향을 모으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림이 그 향을 코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같은 위스키인데 잔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된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한번 같은 위스키를 두 잔에 따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바로 안다.

처음 위스키를 마실 때 대부분의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잔은, 위스키의 향을 제대로 전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당연히 향이 안 느껴진다. 당연히 알코올만 남는다.

마시기 전에 먼저 맡아야 한다

위스키를 소주처럼 마시면 — 건배하고 한 번에 넘기면 — 혀와 목에서 알코올 열감만 남는다. 위스키는 그렇게 마시도록 설계된 술이 아니다.

잔에 따른 뒤, 먼저 향을 맡는다. 처음에는 잔에서 10센티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에탄올 증기는 밀도가 높아 잔 아래쪽에 집중된다. 거리를 두면 에탄올이 어느 정도 분산되고, 위로 퍼지는 향 화합물이 먼저 코에 닿는다. 과일인지, 달콤한 건지, 나무 냄새인지 — 뭔가가 코끝에서 시작된다.

그다음 천천히 잔을 가까이 가져간다. 향이 조금씩 구체화된다. 그런 뒤 한 모금. 입에 머금은 채로 잠깐. 삼키고 나서 몇 초를 기다리면 향이 다시 올라온다. 그게 피니시다.

처음 이렇게 해보면 이상하게 느껴진다. 술 마시는 게 이렇게 번거로워야 하나 싶다. 그런데 와인도 마찬가지 아닌가.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맛을 보고, 여운을 기다린다. 위스키도 그렇다. 다만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다.

처음 위스키를 앞에 두고 기다리는 모습
잔에 따르고 바로 마시는 것과 잠깐 기다리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향이 열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 한 방울 얘기

이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 위스키에 물을 넣으면 향이 달라진다.

단순히 희석되는 게 아니다. 물이 위스키에 들어가면 에탄올과 물의 분자 결합 구조가 바뀐다. 에탄올 분자들이 물과 결합하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향기 화합물이 액체 표면으로 밀려 올라온다. 스모키하고 나무 냄새를 담당하는 화합물이 이 과정에서 특히 많이 방출된다. 2017년 스웨덴 린네우스 대학교 연구팀이 분자 역학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내용이다.

두세 방울이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넣고 잠깐 기다리면 향이 달라진다. 닫혀 있던 게 열리는 느낌이랄까. 처음 해보면 좀 신기하다.

전문 블렌더들이 내부 평가에서 반드시 물을 더해 두 번 노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위스키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순간
물 몇 방울은 희석이 아니다. 분자 수준에서 향 화합물이 표면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같은 위스키인데 물 전과 후가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온도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얼음을 넣으면 향이 잠긴다. 차가울수록 향 화합물의 기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더락이 틀린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위스키를 가볍고 시원하게 즐기고 싶을 때, 고도수의 자극을 줄이고 싶을 때 얼음은 그 목적에 맞는 선택이다. 목적이 다를 뿐이다.

다만 처음 위스키를 이해하고 싶다면 — 이게 어떤 맛인지 제대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면 — 얼음 없이, 상온보다 살짝 낮은 온도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향이 열린 상태에서 첫 인상을 만들어야 공정하다.

결국 하고 싶은 말

복잡하게 썼지만 실제로 해야 할 것은 별로 없다.

노징 글라스 하나. 글렌케언이면 충분하다. 위스키를 소량 따른다. 잔을 코에서 좀 떨어뜨리고 천천히 가까이 가져가며 향을 맡는다. 한 모금, 입에 잠깐 머금는다. 삼키고 기다린다. 물 두세 방울을 더해보고 다시 한번.

그게 전부다.

위스키가 맛없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이 과정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첫 위스키 경험은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 그날의 판단은 위스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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